당신의 노래에 관한 소묘
力士 - 김승옥
순박한룸펜
2011. 1. 31. 23:25
그래서 마침내 어느 쪽인가 한편이 틀려 있다는 생각이 나를 몹시 짓누르기 시작했다. 본질적으로는 두 쪽이 같지 않느냐는 의문이 나의 내부 한쪽에서 솟아나오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강한 힘으로 나를 끌고 가는 '어느 쪽인가 한편이 틀려있다'라는 집념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. 그리고 마침내 그것은 발전하여, 미리 그러기로 되어있었다는 듯이, 나는 이 양옥의 식구들 생활을 빈 껍데기에 비유하고 있었다. 빈 껍데기의 생활, 아니라면 적어도 방향이 틀린 생활, 습관적인 생활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나를 끌고 갔다. 이 순간에 나는 꼭 무슨 행동을 해야 할 것 같았다. 그리고 내가 한 행동이 누군가 좀 현명하고 인간을 잘 아는 사람에 의해서 심판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.
- 김승옥, '力士' 中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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삶을 단순하게 이해하려는 게으름이나 현명한 이에게 심판받고 싶어하는 허위와 허세.
그런 것들이 결국 삶과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갉아 먹는다.
더욱 부지런해지고 더욱 진실되야 한다. 누구가 아니라 내 눈과 마음으로 세상과 사람을 직시해야 한다.